본인도 수차에 걸쳐 말씀드린바 있거니와 우리의 외래어들을 영어 발음으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다만 외래어를 받아들여야만 할 경우에는 일본식 발음이 아닌 원지의 발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지 않으냐 하는 것입니다.
님의 가장 큰 오류는 말과 글은 다르다는데 있습니다.
말을 할 때는 '테레비'라하고 글을 쓸 때는 '텔레비전'이라 쓴다고 하시는 것은 스스로 자기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라 봅니다.
그 이유는 '테레비'라는 말은 television이라는 영어에서 일본 사람들이 -sion을 떼어버리고 자기네들의 편의대로 만들어 놓은 일본말인 데레비(テレビ)라는 말을 모방해서 [테레비]라고 해서 쓰고 있는 말 아닙니까?
일본말 사전에 보면 이 '데레비'라는 말은 데레비죤(テレビジョン)의 약자라고 하고 있는데
어쨌든 [테레비]라는 말은 일본 사람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television이라는 외래어가 우리 땅에 들어 온지가 수 백년 됩니까?
우리가 일제의 사슬에서 광복을 찾고도 강산이 두 세 번 바뀌는 세월이 지나서 들어온 말 입니다.
television이라는 말이 들어 올 시기에는 이미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이라는 것이 있었으므로
이 법에 따라 당연히 [텔러비쥰]이라고 표기되었어야 마땅한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째서 외래어 표기법은 무시하고 일본 사람들이 '데레비'라고 하니까 이것을 모방해서 [테레비]로 표기하다가 오늘날에 와서 보니까 [텔레비젼]이 옳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텔레비젼]으로 바꾼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국민들은 자연히 오랫동안 [테레비]라는 말로 사용해 왔으니까 입에서는 [텔레비젼]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테레비]라는 소리가 자연 발생적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때늦은 감이 있으나 잘못 되었음을 발견한 지금에 와서는 그나마 [텔레비젼]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말은 일본식으로, 표기는 우리 식으로 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을 당연시해서 않될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를 빚게 된 것이 과연 누구의 탓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위정자나 학자이나 언론 방송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아파트]라는 말이나 [빠다]라는 말도 [테레비]와 같은 맥락이 아닌가요?
어느 분의 말씀에는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은 게으른 사람이고,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무지한 사람이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외래어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이처럼 잘못 되었는데도 바로 잡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우리가 게으르기 때문이요, 잘못 된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것은 무지해서입니다.
님께서는 게으르고 무지한 사람에 속한다고 보여집니다.
그러한 외래어들을 바로 잡자는 본인의 주장이 얼빠진 주장이며 사대주의라고 보여진다면
현재의 일본식 발음으로 된 외래어들을 그대로 쓰면서 일본식 발음이 아니라고 억지를 쓰는 사람들은 일본을 향한 사대주의자가 아니고 애국자들입니까?
물론 님의 말씀대로 각 언어체계는 그 나름대로 전부 그 특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전부 한글로 표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본인이 우리의 발음체계를 무시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일본식 발음으로 된 외래어를 쓰는 것이 올바른 우리의 발음 체계입니까?
우리는 언어 구사능력에 있어서 일본 사람들 보다는 발성기관이 발달되어 있어서 어떠한 소리라도 능히 소리를 낼 수 있는데도 그 소리를 쓰지 않고 남의 흉내나 내고 있다면 그만큼 우리가 일본 사람들보다 게으르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나 적어도 요즘 소위 강대국이라고 일컫는 몇 나라의 말을 우리는 발음할 수 있으므로 우리 한글로 거의 근접하는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고 발음해서 말의 습관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자는 것이 본인의 일관 된 주장인데 마치 본인이 어떤 특정한 나라의 말을 본받아 고쳐 쓰자는 것처럼 오해를 하고 있으니 본인이야말로 슬픔을 금할 길 없습니다.
또한 본인이 마치 우리말을 영어에 맞추어서 다듬자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계시는데 그만큼 님께서는 다른 사람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좁은 소견의 소유자로 비칩니다.
본인의 뜻은 한글로 다른 나라의 말들을 거의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하면 그만큼 한글의 우수성이나 과학성을 인정받게 되므로 한글의 가치가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지 우리말을 영어로 다듬어 쓰자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끼리만 편하게 통하면 그만'이라는 그 조그마한 '우리'라는 말을 좀 더 넓은 의미의 '우리'. 즉, 전 인류를 '우리'라는 넓은 의미를 부여한 시야를 가지고 한글 발전에 임해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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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khee님이 범하고 있는 크나큰 착각 - loki(loki@turkmenmail.net) ┼
│ 제가 수차례 말씀 드린 바 있지만 님은 언어의 개별성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려 하고 있지 않습니다.
│ 일본어나 타갈로그어 같이 음운이 적다고 해서 덜 떨어지는 언어가 아니고 태국어 같이 닿소리가 마흔 개가 넘고 홀소리도 스무 개가 넘는 언어라 해서 휼륭한 게 아닙니다.
│ 님이 이러한 언어의 개별성과 상대성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 하는 한, 앞으로의 논의는 평행선을 그을 수 밖에 없습니다.
│ 물론 언어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인 이상 가치 판단이 개입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어휘가 부족하거나 문법이 정리 안 된 언어는 덜 훌륭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언어의 본질하고는 다릅니다. 인간의 문화가 발달하면서 개념이 늘어나니 어휘가 늘어난 것이지만, 언어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살만 더 붙는 것일 뿐이죠. 그리고 이 살을 붙이는 데는 여러 가치들이 존재할 테니 님처럼 우리가 쓰는 외래어를 원어 발음을 그대로 따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 님의 주장이 극단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 발음체계를 무시하고 외래어의 본래 의미를 망각한 채 무작정 원어 발음을 따라 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우리가 우리말을 하면서 영어 외래어를 쓰는 것과 영어로 말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우리말을 하면서 영어 외래어 발음을 똑같이 하여 단어를 섞어 쓴들 그것은 영어 문장이 아닙니다.
│ 언어 사이에는 false friends라는 게 있습니다. 같은 말밑이거나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뜻이 다른 낱말들입니다. 같은 어원을 가진 유럽 언어들 사이에는 이런 경우가 매우 흔하고, 한자어가 많은 한중일어도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님의 논리대로 한다면 유럽 언어들은 모두 영어를 기준으로 개별 언어의 어휘를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얘기겠죠.
│ 그리고 님은 국지적인 몇 개의 낱말 갖고 우리말의 영어 외래어가 일본어를 따라 한다고 하시는데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십시오. 가령 빠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 많기는 해도 쓸 때는 버터가 맞다는 걸 다 알고 대부분 그렇게 씁니다. 저도 말할 때는 테레비라고 해도 쓸 때는 텔레비전으로 씁니다. 만약 누가 테레비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를 친일파로 규정한다면 단순 무식의 극치를 보여 주는 예라 하겠죠. 그리고 님은 언어에 여러 층위와 맥락이 있다는 걸 모르고 계십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와 글로 쓸 때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죠. 우리가 말을 할 때는 속어도 쓰고 방언도 씁니다. 그런 것까지 모두 틀렸으니 언제나 표준어만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협한 잣대로 언어를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 게다가 님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규범은 전혀 우리말에 어울리지 않는 영어의 발음 체계를 그대로 따라해야 한다는 전제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모순이 생기고 마는 것입니다. 그리고 님의 주장에는 세계화에 따라 우리말을 영어에 맞게 다듬어야 한다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님의 그러한 생각이 실현될 가능성은 아직 없지만 그런 생각을 갖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참으로 슬픈 일일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