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아라리 사람들>
이란 월간신문이 우편으로 온다. ‘정선아리랑’의 고장인 강원도 정선군(청)에서 보내주는 신문이다. 이 신문에는 여러 가지 고향소식이 실려 있어 관심 있게 읽고 있다. 그런데 신문 첫장 왼쪽 위에는 유려한 글씨체로 된 [아리아리! 정선]이란 글귀가 눈길을 끈다.
(*아래에 적은, 정선군청 누리집을 찾아가면 자세히 볼 수 있음)
♠몇 년 전부터 각 지역에서는, 자기 고장의 특색이나 상징을 표현하는 짧은 글귀를 만들어 지역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아리아리! 정선]은, 그 지역이 유서 깊은 겨레의 민요 '정선아리랑'의 고장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아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대전에서는 [It's Daejeon!]이란 낯선 영문자를 쓰고, [이츠 대전!]이라고 읽는다고 한다. 이런 글귀는 영어권에서 살던 외국인에게는 친숙한게 보일지는 몰라도, 나에겐 늘 봐도 낯설기만 하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절차를 거처서 이런 글귀를 정했는지는 몰라도, 정말 어이없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전은 수도권과 영남권과 호남권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교통의 중심지이며, 또한 각 지역간의 갈등을 중화하여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좋은 지리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대전을 상징하는 좋은 글귀가 쉽게 떠오를 듯도 하다. 또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의 뜻이 말해주듯, 대전의 정서를 잘 나타내는데는 친숙한 우리 말글로 된 글귀가 가장 알맞다. 어설픈 서양 흉내내기가 언뜻보기에는 그럴듯하고 꽤나 앞서가는 듯도 하겠지만, 뿌리없는 부평초나 물거품처럼 헛되다는 것을 관계자들이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자주 한다. 각 기관에서도 걸핏하면 무슨 '용역'을 많이 한다고 한다. 대전시에서도 시민을 상대로 위 글귀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번 해보기를 권한다. 낙제점을 받을게 불을 보듯 훤하다. 대전 서구(청)에서도 [First Seogu]라고 적는다는데, 이 또한 덧붙여 얘기할 가치도 없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이츠 대전]이란 낱말을 인터넷에서 검을 하다 보니, 엠파스 불로그에 아래와 같은 글이 있었다. 서양말글에 얼이 빠진 사람들을 따끔하게 나무라는 내용에 공감이 가서 아래에 원문 그대로 옮긴다.
2007. 12.6
백솔샘(한말글사랑 한밭모임)
.
.
.
.
.
글제목:대한민국은 언어의 말세다.
글쓴이:유기농 녹색가게 신시 운영자
1. 서천 어메니티 (Seocheon Amenity)
이 '어메니티'라는 말은 참 어려운 말이다. 미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이다. 필자가 미국유학 3년동안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그것도 다른 전공 아닌 환경을 전공했음에도 말이다. Amenity - 삶의 질, 쾌적성, 즐거움, 농촌복지 뭐 이런 복합적인 뜻이다. 서천 어메니티는 충남 서천군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서천군의 계획을 이르는 말이다. 서천군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참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삶의 질을 전공하고 사업을 통해 소위 '어메니티'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미국박사인 나에게도 너무 어려운 말이다... '어메니티'... 차라리 '어머니티'라 해라! 우리 사는 고장이 어머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곳이면 더 이상 바랄 것이 뭐 있겠나? 어머니 티 내는 것이 곧 잘 사는 길 아닌가? 서천군이 어머니티 내면 군민들이 다 잘 살 것이다. 어쩌면 어메니티라는 그 어려운 말이 우리말 어머니티에서 왔을지도 모르겠다.
2. 하이, 서울! (Hi, Seoul!)
야, 이거 우리가 언제부터 하이! 하이! 그러고 다녔나? 경박하기는... 좀 있으면 이제 서울 따라하는 것 좋아하는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이 '헬로우 부산' 하고 '하와유 대구' 하고 '굿모닝 인천' 하고 '굿럭 광주' 하고 '해피 울산' 하겠네그려... 잘 하는 짓이다! 뭐뭐 빠진 넘들 같으니... 하이! 하이! 하니까 서울 집값만 자꾸 높아지는 것 아닌감!
3. 이츠 대전! (It's Daejeon!)
대전은 벌써 이상한 걸 만들었다. 이츠 대전! 대전에 가면 육교나 길거리에 이 구호가 많이 붙어 있다. It's Daejeon! 에라이... 나라 세금 갖고 할 짓이 없어서 말도 안되는 요런 요상한 말 만들어 갖고 그래 온 거리에 돈으로 처발라 놓고 있나? 이츠 대전? 이게 뭐꼬? 이츠는 예이츠의 줄인 말로 예이츠의 시 '이니스프리로 가련다' 뭐 이런 목가적인 곳을 만들겠다는 건가? 꼭 이런걸 만들고 싶으면 차라리 '그래, 대전이야!' '대전이 최고야!' '얼씨구 대전!' '지화자 대전!' '신나는 대전!' '한바탕 대전'이 훨 낫겠네! 이런 거 생각하는데 단 5초밖에 안 걸리고 단돈 1원도 안 드는데...
이런 희한한, 말도 안되는 외국 것들이 온 대한민국 도처에 깔렸다. 오케이 에스케이, 레츠 케이티... 그래도 '사랑해요 엘쥐'가 훨씬 낫다! 좋은 말 할 때, 빨리 고쳐라! 하이 서울, 어메니티 서천, 이츠 대전... 이런 것들 말이다.
.
.
.
.
.
유기농녹색가게신시: http://blog.empas.com/shinsi62/17995098
정선군청: http://www.jeongseon.go.kr/
.
.
.
.
.
.
*위의 글을 읽다가, 문득 젊은 날에
<세계 명시 선집>
에서 읽었던 예이츠의 시가 생각났다. 4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시 몇 구절이 생각난다. 굳이 옛날 책을 찾지 않아도 금방 찾아 읽을 수 있는 인터넷의 무궁무진한 자료가 이럴 때 더 고맙다)
이니스프리의 호수섬(The lake isle of Innisfree)
......................... - 예 이 츠 -
이제 나는 가련다.
이니스프리로 가련다.
거기 진흙과 나뭇 가지로 작은 집 짓고
아홉 이랑에 콩밭 갈며 꿀벌도 치며
벌소리 잉잉대는 숲 속에 홀로 살리라.
그러면 거기 평화가 있겠지.
안개 낀 아침부터 귀뚜라미 우는 저녁 때까지
그곳은 밤중조차 훤하고 낮은 보라빛
저녁에는 홍방울새 가득히 날고.
이제 나는 가련다.
밤이나 낮이나
기슭에 나직이 호숫물 찰싹이는 소리
가로에서나 회색 포도 위에서나
내 가슴 속 깊이 그 소리만 들리누나.
세계>
아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