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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다듬기] '우려의', '불모화'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330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596) 우려의 2 : 우려의 원인

.. 최근의 어떤 매우 상세한 보고는 깊은 우려의 원인을 제공한다 .. 《폴 인그램/홍성녕 옮김-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알마,2008) 108쪽

‘최근(最近)의’는 ‘요사이 알려진’이나 ‘요즈음 나온’으로 다듬습니다. ‘상세(詳細)한’은 ‘낱낱이 밝혀 놓은’이나 ‘낱낱이 적어 놓은’으로 손봅니다. “원인(原因)을 제공(提供)한다”는 앞말과 묶어서 아예 털어냅니다.

┌ 깊은 우려의 원인을 제공한다

│→ 몹시 걱정스럽게 한다
│→ 대단히 근심스러울 뿐이다
│→ 참으로 걱정스럽기만 하다
│→ 더할 나위 없이 근심스럽다
└ …

수학을 익히고, 사회과학을 파며, 역사학을 들추는 분들 가운데 ‘우리 말과 글’을 차근차근 익히거나 파거나 들추는 분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교육학을 배우고, 인문학을 살피며, 자연과학에 몸담는 분들 가운데 ‘우리 말과 글’을 알뜰살뜰 배우거나 살피거나 헤아리는 분을 만나기 힘듭니다. 모두들 당신들이 파고드는 학문 한 가지는 잘하는지 모릅니다만, 당신 뒷사람한테 알맞고 쉽고 넉넉하게 물려줄 수 있게끔 ‘자기 학문을 우리 말과 글로 살뜰히 엮어내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지 못합니다.

일그러져 있는 말과 글로 학문을 하여 책을 내거나 옮겨 놓으면, 일그러져 있는 말과 글로 ‘어느 학문을 배우게’ 됩니다. 처음 가르쳐 주는 분이 일그러져 있는 말과 글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아이들은 아무리 훌륭하고 슬기로운 학문을 갈고닦는다고 하여도, 자기 학문을 ‘일그러져 있는 말과 글’로 풀어놓을밖에 없습니다.

학문이라는 ‘목적’은 이루었을지라도, 학문을 함께 나누는 ‘실천’은 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이론’은 누구보다 튼튼히 다져 놓았을 터이나, 이론을 풀어놓으며 세상사람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는 ‘실천’하고는 동떨어져 있는 셈입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거나 반갑다고 하여도, 신문기사나 방송소식이 ‘일그러진 말과 글’로 되어 있다면, 좋은 이야기와 반가운 이야기라 하여도 사람들한테 일그러진 말과 글을 길들게 하고 맙니다. 목사님과 신부님과 스님 말씀이 아무리 거룩하고 훌륭하여도, 당신들 말씀이 일그러져 있다면, 믿음 한길을 걷는 사람들 말과 생각도 일그러질밖에 없습니다.

┌ 얼마 앞서 나온 매우 낱낱이 밝혀진 이야기를 보니 몹시 근심스럽다
├ 요사이 나온 매우 낱낱이 알려진 이야기를 보니 대단히 걱정이 된다
└ …

어느 학문을 하건, 알맞고 바르고 살갑게 말하고 글을 써서 자기 생각과 뜻과 마음을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함께 이끌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어느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건 말을 바르게, 글을 곧게 여밀 수 있게끔 북돋워야 한다고 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한테조차 영어를 어김없이 가르치고 있는데, 이에 앞서 우리 말과 글을 얼마나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중고등학생한테도, 또 대학생한테도, 또 여느 회사원과 노동자한테도, 우리 말과 글을 얼마나 제대로 가르치면서 제대로 쓰도록 도와주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4341.1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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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22) -화化 122 : 불모화되다

.. 〈라디오 라싸〉(1988년 6월 25일)는 낙파, 카르제, 밀리의 삼림지 70%가량이 불모화되었고, 매일 50∼100대의 목재 트럭이 동쪽의 쓰촨 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 《폴 인그램/홍성녕 옮김-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알마,2008) 132쪽

“밀리의 삼림지(森林地)”는 “밀리에 있는 숲”으로 다듬고, ‘-가량(假量)’은 ‘-쯤’으로 다듬습니다. ‘매일(每日)’은 ‘날마다’나 ‘나날이’로 손보고, “50∼100대의 목재 트럭”은 “나무를 실은 짐차가 쉰∼백 대”로 손봅니다. “동쪽의 쓰촨 성”은 “동쪽에 있는 쓰촨 성”으로 손질하고, ‘이동(移動)하고’는 ‘움직이고’나 ‘들어가고’로 손질해 줍니다.

┌ 불모화(不毛化) :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거칠고 메마른 땅이 됨

├ 삼림지 70%가량이 불모화되었고
│→ 숲 70%쯤이 메말라 버렸고
│→ 숲 70%쯤이 사라져 버렸고
│→ 숲 70%쯤이 못 쓰게 되었고
└ …

‘불모지대(不毛地帶)’라는 이름을 붙인 소설이 있습니다. “풀이 자라지 못하는 거칠거나 메마른 땅”을 가리킨다는 한자말인데, 일본에서 나온 책이름은 ‘불모지’였고, 한국에서 옮긴 책이름은 ‘불모지대’였습니다.

일본사람이 일본 한자말로 붙인 이름에 ‘-地’만 더한 셈인데, 한국땅에서 한국사람한테 읽힐 문학작품으로 여겼다면, 한국말로 책이름을 붙여 줄 때 한결 낫지 않았을까 싶어서, 이 책이 처음 옮겨진 때부터 이제까지 여러모로 아쉽다고 느낍니다.

가만히 살피면, 일본에서 나온 책을 한국말로 옮길 때, 일본 한자말로 붙여진 책이름을 고스란히 쓰는 모습을 퍽 자주 봅니다. 미국에서 나온 책을 한국말로 옮길 때, 미국사람이 쓰는 영어 그대로 책이름을 붙이는 모습을 꽤 흔히 봅니다.

┌ 거친땅 / 거친벌판
├ 메마른땅 / 메마른벌판
├ 쑥대밭 / 쑥밭
└ …

우리한테 우리 말이 없어서 그처럼 할까요. 우리가 쓰는 우리 말은 영 내키지 않거나 마땅하지 않거나 알맞지 않다고 느껴서 이처럼 할는지요. 하기는, 우리 스스로 우리 이야기를 다룬 책을 내면서 우리 말로 책이름을 붙이기보다는, 한문과 영어를 섞어서 붙이는 일이 차츰 늘어납니다.

지난날에는 대놓고 한자를 밝혀 적는 책이름 또한 많았어요. 이제는 대놓고 한자를 밝히는 책이름은 거의 모두 사라졌습니다만. 그리고, 지난날에 대놓고 한자로 책이름을 붙이던 푼수와 맞먹을 만큼, ‘알파벳으로 책이름을 적는’ 푼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4341.1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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