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으로 별 내용도 없는 같은 말을 계속 여기에 올리면서 자신이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양 한글학자나 국어학자를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데 이제 질립니다.
님은 언어가 고정 불변이라 믿나요? 언어 규범이란 기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무언의 약속이긴 하지만 표준을 정해 명시적으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언어의 가변성과 고정성은 상호적 관계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는 일종의 균형이 있습니다. 언어가 변화한다고 무작정 변하는 것도 아니고 고정되어 있다고 영원한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외래어는 받아아들이는 말에 맞추어 당연히 변한다는 사실을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님은 단순히 님이 늘 되풀이해 말하듯이 영어를 보기로 드는 것뿐이라 하는데, 그럴 필요 자체가 없다는 겁니다. 외래어는 우리말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말에 맞게 발음 및 표기가 되고 뜻이 변하기도 하는 것이지 이른바 원어를 그대로 따르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님이 늘 문제 삼는 외래어 표기법은 대체적으로 잘 지켜지는 편입니다. 일반 언중들이 제대로 안 쓰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님은 언어에 여러 층위와 맥락,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늘 표준만 지켜야 한다고 잘못 믿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계 어느 언어를 봐도 외국어 고유명사나 외래어의 발음 또는 뜻을 원어와 똑같이 쓰는 언어는 없습니다. 님이 늘 말하는 한글의 과학성은 외국어 발음을 똑같이 따라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우리말을 제대로 쓸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언어는 늘 다른 언어와 접촉을 하게 마련입니다. 우리말이 일본어의 영향을 받았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우리말이 일본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단순히 일본어와 닮은 점이 있다고 무조건 없애려 하고 그런 혐의가 없는 것까지도 있는 것으로 마녀사냥을 하는 태도는 매카시즘이나 파시즘을 연상 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친일파니 어쩌니 하며 다른 이를 몰아세우는 것도 오히려 민족주의에 먹칠을 하는 유치한 행위입니다. 민족주의가 본래 이성보단 감성에 기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님처럼 막무가내로 떼를 쓰듯이 자기만 옳다고 하다가는 오히려 일본에 대한 열등감의 표출이라는 소리만 듣습니다. 님이 일본을 싫어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저도 일본이 과거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인식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님처럼 맹목적으로 우리말의 외래어가 모두 일본식이니 영어 '본토'발음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하지 않습니다.
님이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원어 발음 그대로 적어야 한다는 외래어 규범'이란 언어에 대한 님의 몰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설사 천번 만번 양보해 님의 주장이 맞다 해도 우리말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땅갈아엎듯이 외래어 표기를 영어 발음마냥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말은 님 혼자만 쓰는 게 아닙니다. 님 혼자 '버내너'가 맞다고 잘난 척 하면서 아무리 속을 끓여봐야 일반 언중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게 바로 언어의 속성입니다. 언어 정책 기관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구실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님은 항상 언어내 소통과 언어간 소통을 혼동하는데 우리끼리 말할 때 우리가 알아듣는 외래어(콩글리쉬를 포함)를 쓰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외국인과 얘기할 때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맥락입니다. 이런 것은 흔히 있는 일로, 유럽 언어들 같이 어휘가 비슷한 언어 사이에서는 종종 있는 일입니다. 그런 것 때문에 우리가 쓰는 말을 틀렸다 말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얘기죠. 더 이상 길게 얘기하기도 넌더리 납니다. 그러니 이제 님의 연재를 중단해 주십사 간곡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