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선생!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박상기 작가의 수필 잘 읽었습니다. 설득력 있는 문장력으로 아주 잘 쓴 글입니다.
옛날에는 [엘지싸이언]이란 손전화를 쓰다가, 지난 봄에 [삼성애니콜]이란 손전화는 새로 샀는데, 글자판 치는(누르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싸이언]은 치기 쉬운데, 지금 쓰는 [애니콜]은 늘 더듬게 됩니다. 그래도 젊은이들은 정말 '귀신같이' 빠르게 잘 합니다. 한글 과학성에 대한 이선생의 글을 읽다보니, 문득 공병우 선생 생각납니다. 공병우 선생이 만든 3벌식 글자판은 한글 과학성을 더욱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내가 3벌식 자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1년 9월 14일, 서울 와룡동 한글문화원 강당에서 열린 '한말글사랑 겨레모임' 창립총회 때 공병우 선생을 만나면서 부터입니다. 그때 일기장을 들춰보니 모임 회장은 이오덕 선생, 부회장은 밝한샘 선생과 함께 이선생이 선임되었습니다. (그때 '한말글사람 겨레모임'을 중심으로 전국에 모임을 만들자고 결의하고, 대전에서도 유동삼 선생과 함께 '한말글사랑 한밭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그날 모임이 끝나고 회식을 할 때, 마침 공병우 선생 옆에 앉아서 여러 가지 말씀을 듣다가 3벌식이 아주 과학적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뒤 공병우 선생이 3벌식 글자판 딱지를 우편으로 보내 주어서, 집에서 쓰는 슬기틀 글자판 위에 붙이고 3벌식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16년 전의 일입니다. 공병우 선생은 가셨지만 그 분이 권유해서 쓰기 시작한 3벌식은 지금도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2벌식을 공식 자판으로 지정한 뒤에도, 슬기틀을 제작하는 회사에서는 3벌식을 함께 쓸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수익성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에서 번거롭게 3벌식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겠지만, 3벌식의 과학성과 효율성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에 비록 소수지만 3벌식 사용자를 배려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합니다.
내가 쓰는 슬기틀은 3벌식으로 조정돼 있어서, 아내나 막내가 쓰려면 2벌식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또한 나도 다른 사람의 슬기틀을 쓰려면 3벌식으로 바꾸어야 하는 불편도 있습니다. 이런데도 3벌식을 여태까지 쓰는 것은 우수한 과학성에 따른 편리성과 능률성 때문입니다. 몇 년 전 둘째 아들도 내가 쓰는 3벌식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2벌식에서 3벌식으로 바꾸어 현재까지 쓰고 있습니다.
3벌식 글자판은, 한글 창제 원리인 초성, 중성, 종성을 구분하여 배열하였기 때문에, 2벌식에서 나타나는 소위 '도깨비불 현상'이란 혼란이 없어 치기 쉽고 빠릅니다. 한글은 과학성에서는 세계 모든 글자 중에 으뜸입니다. 이런 한글의 우수성을 더 잘 살린 것이 3벌식 글자판입니다. 현재 2벌식을 쓰는 분이라도, 슬기틀 속에 내장된 3벌식으로 변환하여 며칠만 배우면 바로 3벌식을 불편 없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선생! 중국 대학생들에게 우리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수천 년 전부터 한국의 '대국'으로 군림하던 중국에 대하여 그동안 일종의 열등감도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대등하고, 어떤 면에서는 앞서가는 우리나라가 자랑스럽습니다. 이대로 선생의 한글사랑 뜨거운 열성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단기4340(2007)년 12월 9일 아침
백솔샘(한말글사랑 한밭모임 알림일꾼)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