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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다듬기] '베이스 캠프'와 '속상하다'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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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결에 물든 미국말
(564) 베이스 캠프(base camp)

.. 그 당시 우리에겐 베이스 캠프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현실의 긴박한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이상적인 대안학교와 공동체운동을 함께 펼쳐 갈 수 있는 안성맞춤의 땅이 바로 화정마을이었던 것입니다 .. 《김현수-똥교회 목사의 들꽃피는마을 이야기》(청어람미디어,2004) 92쪽

‘그 당시(當時)’는 ‘그때’나 ‘그무렵’으로 다듬습니다. “필요(必要)했던 것입니다”는 “있어야 했습니다”로 손보고, “현실의 긴박(緊迫)한 문제”는 “현실에서 닥쳐 오는 문제”나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로 손봅니다. ‘이상(理想的)인’은 ‘좋은’이나 ‘꿈꾸던’으로 손질하고, “안성맞춤의 땅”은 “안성맞춤인 땅”으로 손질하며, “화정마을이었던 것입니다”는 “화정마을이었던 셈입니다”나 “화정마을이었습니다”로 손질해 줍니다.

┌ base camp : (등산 따위의) 베이스 캠프
├ 베이스 캠프
│ (1) <군사> 외국군의 주둔 기지
│ (2) <운동·오락> 등산이나 탐험을 할 때에 근거지로 삼는 고정 천막

├ 베이스 캠프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 보금자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 쉴 땅이 있어야 했습니다
│→ 쉼터가 있어야 했습니다
└ …

어릴 때부터 ‘베이스 캠프’라는 말을 제법 들었습니다. 어릴 때, 나라안에는 히말라야를 탄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이분들 소식이 신문이나 방송에 자주 나왔는데, 이분들은 꼭 ‘베이스 캠프’를 차리면서 산을 탔어요. 그래서 이 낱말이 예나 이제나 귀에 익습니다.

다음으로, 군대에서 썩던 젊은 나날. 미군이 한국땅이나 다른 나라에 기지를 세우면서 쓰던 말이 ‘베이스 캠프’였습니다.

어릴 때에는 ‘베이스 캠프’라는 영어 낱말을 들으면서 그다지 거리끼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여러모로 힘쓰고 애쓰면서 당신들 나름대로 세운 뜻을 펼치려고 하면서 먼 나라에서 땀흘리는 가운데 쓰던 말이라 그리 느꼈지 싶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다른 뜻으로 듣던 ‘베이스 캠프’는 몹시 거리꼈습니다. 주한미군이 한국에 차리는 ‘베이스 캠프’ 둘레에서 일어나는 범죄들, 아픔들, 생채기들, 눈물들과 겹쳐지면서, 이와 같은 낱말을 함부로 쓰는 일이란 얼마나 우리 스스로 끔찍한 노릇인가를 되새기곤 합니다.

┌ 안성맞춤의 땅 (x)
└ 안성맞춤인 땅 (o)

보기글을 보면, 앞쪽에서는 ‘베이스 캠프’를 말하고, 뒤쪽에서는 ‘안성맞춤의 땅’을 말합니다. 둘은 같은 뜻으로 쓴 말입니다. 가만히 헤아리면, 우리로서는 “안성맞춤인 땅”이라 말할 때 제법 잘 어울립니다.

┌ 알맞는 땅 / 알맞는 자리 / 알맞는 집 / 알맞는 쉼터
├ 좋은 보금자리 / 알맞는 보금자리 / 사랑스러운 보금자리
├ 안성맞춤땅 / 안성맞춤집 / 사랑터 / 사랑쉼터
└ …

조금 더 헤아려 보면, ‘안성맞춤땅’이나 ‘사랑터’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 볼 수 있습니다. ‘보금자리’나 ‘둥지’나 ‘쉼터’ 같은 한 낱말을 써 보아도 괜찮고, ‘사랑나눔터’나 ‘사랑쉼터’처럼 여러 낱말을 엮어 보아도 괜찮습니다. (4341.1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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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191) 상하다傷 5 : 엄마 속 상하셔

.. “알았어. 네 자존심 센 거 아니까 그만해. 엄마 속상하셔.” “나도 지금 무지무지하게 속상하거든! 누나가 내 마음 알아?” … “뭐? 왜 이렇게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니?” .. 《노경실-엄마 친구 아들》(어린이작가정신,2008) 33, 37쪽

“자존심 센 거”는 “자존심 센 줄”로 다듬습니다.

┌ 엄마 속상하셔 (x)
├ 나도 속상하거든 (x)

└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니 (o)

‘속이 傷한다’고 두 차례 말을 하다가, ‘마음이 아프다’고 한 차례 말을 합니다. 가만히 보면, 두 번째 ‘속傷하다’ 다음에 “내 마음 알아?” 하고 말하는데, ‘속’이 ‘마음’을 뜻하고 있음을 헤아린다면, ‘傷하다’란 바로 ‘아프다’나 ‘다치다’를 가리키고 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으랴 싶습니다.

┌ 속상(傷)하다 : 화가 나거나 걱정이 되는 따위로 인하여 마음이 불편하고 우울하다
│ - 그녀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제 그 일이 속상했다 /
│ 지금 몹시 속상하니까 / 속상하여 술을 마셔 댔다 / 가뜩이나 속상해서 있는데

├ 그 일이 속상했다 → 그 일이 마음 아팠다
├ 몹시 속상하니까 → 몹시 마음이 아프니까
├ 속상하여 → 마음이 다쳐서
└ 속상해서 있는데 → 마음이 아픈데

‘속傷하다’는 “속 + 傷하다”입니다. 토박이말 뒤에 외마디 한자말이 붙은 낱말입니다. 이렇게 새 낱말을 짓기도 하는구나 싶어 용하다고 느끼는 한편, 왜 옹글게 토박이말로는 새 낱말을 짓지 못했을까 싶어 아쉽습니다. 우리들은 얼마든지 “속 + 아프다”나 “마음 + 아프다”나 “속 + 다치다”나 “마음 + 다치다” 같은 새 낱말을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속아프다 / 속다치다
└ 마음아프다 / 마음다치다

조금씩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우리 느낌과 생각을 살려서 새로운 낱말을 한껏 지어낼 수 있습니다. ‘속아프다’나 ‘마음아프다’뿐 아니라 ‘속깊다’와 ‘마음깊다’ 같은 낱말을, ‘속쓰리다’와 ‘마음넓다’ 같은 낱말을, ‘속있다(‘속없다’와 맞서는 낱말로)’와 ‘마음없다-마음있다’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어요.

속다짐, 마음다짐, 속말, 마음그릇, 속생각, 마음밭과 같은 낱말도 하나둘 지으면서 우리 느낌을 넓힐 수 있고, 우리 생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4341.1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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