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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 겸영'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370
옛날에는 신문 지면이 많아야 8쪽이었다. <조선일보> 가 옛날 8쪽이었을때 만든 '팔면봉(八面峰)'이 아직도 화석처럼 남아서 그때 일을 말해 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웬만한 신문은 30쪽이 넘는다.
우리집에서 보는 중앙일보는 44쪽, 한겨레신문은 36쪽이다.
그러다 보니 특별히 관심이 있는 기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사는,
제목만 언뜻언뜻 읽으며 대충 넘기게 된다.
기사 제목은 그 기사 전체의 요점을 짧은 문장으로 압축한 것이므로,
제목만 읽어도 그 기사의 전체 내용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한자식 낱말로 압축하면 가끔 당황할 때도 있다.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 을 읽다가,
2쪽에 ['신방 겸영 허용' 여당-언론단체 충돌예고]란 기사 제목을 보았다.
'신방 겸영'이 뭘까? 낯설은 낱말 2개를 해독하기 위해 잠시 머뭇거리다가,
내용을 읽어보는게 빠를것 같아서 기사를 읽어보았다.
'신방(新放)'은 '신문과 방송'이고, '겸영(兼營)'은 '함께 경영'한다는 것을 이내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대학 '신문방송학과'를 '신방과'라고 한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어슴프레 떠오른다.

나는 한국사람이라면 마땅히 우리말만 쓰고 우리 한글만 써야 한다는 주장이
백 번 옳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말하고 글쓰는 것을 보면 대부분 한자에 기본을 둔 말글을 흔하게 써와서 그런 말글생활에 깊이 중독돼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순수한 토박이 우리말을 찾아 바꾸어 쓸려면 무척 애를 써야 한다.
그야 말로 고역이다.

아래 글은, 위 기사 제목에 딸린 기사 일부다.(김동훈 기자가 썼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데까지 법을 손질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월 국회 문방위 업무보고에서 보도전문 및 종합편성 채널에 대한 신문의 교차소유 허용 시기와 범위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 글을 보면 한자에 기본을 둔 낱말이 95% 이상 되는 듯 하다. 순수한 토박이 우리말은 '손질할' 이나 '밝힌 바' 정도이고, 대부분 토씨(~은, ~을, ~할, ~의, ~와, ~하는, ~에서)로만 쓰고 있다. 이렇게 오염되고 중독된 한자식 낱말을 어떻게 다듬기를 하겠는가?
*이글을 '함께살기'님이 읽는다면 아래에 댓글로 [우리 말 다듬기]를 해 주면 고맙겠다. .

어떤 회사의 사훈(社訓)이 '닥치는 대로 살자!'였다고 아내가 방송을 본 얘기를 했다. 좀 무책임한 듯 하지만 세상을 너무 어렵게 고민하고 속썩이며 살 필요가 없다는 면에서 신선한 생각처럼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90% 이상이 한자에 기본을 둔 낱말인데, 이것을 억지로 다듬어서 쓸려면 여간 애를 먹지 않는다. 그래도 글을 쓸 때에는 여러번 고치고 다듬으면 힘들어도 할 만 하지만 말이라는 것은 즉석에서 순간적으로 나오므로 더욱 어렵다. 한자식 낱말이면 어떠냐 그냥저냥 편하게 살자는 생각도 들법 하다.

내가 여태까지 쓴 글을 되돌아 보면 한자식 낱말이 80% 이상 되는 듯 하다. 자연스럽게 쓴게 그렇다. 한글모임에서 펴내는 책에 낼려고 특별히 애쓰면서 다듬어서 써도 50% 이상 된다. 물론 한글만 쓰는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한자를 괄호안에 한자병용을 했다. 보통 일반적인 글은 한글만 써도 대부분 뜻이 통한다. 다만 전문분야에 대한 글을 쓸때은 더 한자식 낱말이 많아지고 따라서 한자병용도 더 필요하게 되는 듯 하다.

신문 창간때 한글만 쓰겠다고 해서 나는 한겨레신문의 주주(株主)가 됐고, 1988년 5월 15일 창간때부터 오늘까지 20년간 애독자가 됐다. 그동안 신문지국에서 고맙다고 6달인가 거저 넣어준 것 말고는 신문값도 꼬박꼬박 다 냈다. 신문사가 좋아서, 신문 기사가 좋아서 오래 본 건 아니다.
옛날 한자신문들이 세상을 뒤덮을 때 유일하게 한글만을 쓰겠다는 그 생각이 기특해서 , 그 정때문에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겨레신문을 보고 있다. 이것도 중독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중독'이라고 자부한다.
한겨레신문이 비록 '신방 겸영'이라고 써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뜻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신문사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래도 다른 신문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4341(2008) 11.11. 아침에
백솔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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