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가서 몇 년 살아보면
대륙이라 그런지, 선진국이라 그런지
우리와 삶의 체계가 다르다.
우리가 3차원이라면, 그들은 4차원의 세상에 사는 것 같다.
우선, 그 나라의 도로망, 항공망, 통신망에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이 한글학회이니깐 그곳의 도로의 낱말에 대하여 잠깐 터치하고자 한다.
선진국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예측가능한 사회이다. 기초, 기반이 튼튼한 공동체이다.
미국에서는 도로이름과 도로번호를 보면 그 길의 생김새와 방향, 목표가
어딘지 대강 유추할 수가 있다. 고속도로의 간단한 예를 들면, 동서방향은 짝수이고
남북방향은 홀수이다. 짝수는 남단의 10에서 시작하여 북단은 90으로 끝나고, 홀수는
태평양연안의 5에서 시작하여 대서양연안에서는 95로 마감한다.
아뭏든 미국 도로에 쓰이는 우리의 ‘길’에 해당하는 단어가 꽤 많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용어는 행복길, 세종로와 같이 ‘길’과 ‘로’밖에
없지만....
세계인종이 다 모인 미국의 도로표지판에 나타난 낱말들을 살펴보면,
way, highway, street, avenue, road, drive, boulebard, court, lane, row, strip,
thoroughfare, passage, pass, bypass, channel, course, route, trail, terrace.....등
다양하다.
우리나라에도 길에 관한 낱말을 동원하여
도로이름에 더붙여 사용한다면 좀더 과학적이고 창조적이고 낭만적이고
역사적인 향수가 물씬 풍기는 거리와 도로를 만들수 있을 터인데....
오솔길, 로, 대로, 길, 도로, 샛길, 가 등 .....
일제시대는 ‘통’이라는 것도 있었다.
중국에는 로, 가, 대가, 공로, 산로....
위에 나타난 동서양의 모든 길의 낱말을 다 분석하고 정리하여
우리나라의 도로이름을 과학화, 산업화, 정보화하는 것도
우리말과 한글을 살리는 길이 아닐까?
하지만 한국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가뜩이나 작은 표지판에 한글, 로마짜, 한짜를 깨알처럽 박아놓았고....
고속도로 경부선은 미국에서 보듯이 예측가능한 원칙을 무시하고
상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1번을 부여하였으니......
그 때문에 한국에서는 안내판대로 찾아가면 엉뚱한 길로 빠져든다는 낭설도 있다.
권력과 권세의 향방에 따라 표지판도 달라지고
도로의 코스와 역도 바뀌고 원칙도 뒤죽박죽.....
이런 망측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영생을 얻겠고.....
라고 하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길은 진리요 생명이다.
길이라는 낱말과 낱말 앞에 붙이는 이름을 과학적으로 예측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말과 한글의 생명을 살리는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